내면의 소리
빛바랜 사진
지초의 향기
2018. 9. 20. 00:19
흰어리연
가끔 오래된 사진첩을 꺼내 지난 어린 시절을 찾는다
마냥 철부지였던 마음마저 부러울 때가 있었다
빛바랜 사진
芝草
사진첩 속에서 누렇게 빛바랜 사진 한 장
시간은 거꾸로 흘러
어느 시골 사진관으로 소환한다
흑백 사진 속 네 자매는 긴 머리를 양쪽으로 곱게 땋아 내렸다
어머니가 손수 만들어 입힌 꽃무늬 원피스
얼굴만 다르지 고만고만하다
이국에 있는 오빠에게 보내주는 동생들 모습
난생처음 찍는 사진에
집에서 나올 때부터 투정을 부렸다
사진을 찍는 순간
굳은 표정이 역력했다
갑자기 펑 소리 나며 터지는 플래시
내 얼굴만 연기에 가려 뿌옇게 나왔다
두려움이 가득했다
어린 나이에도 그 사진을 보지 않았다
멀리까지 물 건너간 사진
예쁘게 찍었으면 더 좋았을 걸
손에 든 빛바랜 사진
그 안에 한 아이는 울고 있는데
오빠는 미소를 지었을 것이다
2018. 9. 19.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