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의 소리

어머니 산소에서, 찬 바람이 분다

지초의 향기 2018. 10. 24. 00:13

 

 

 

 

 

 

코스모스

고향에서 하루

 

언니들과 함께 친정어머니 산소에 다녀왔다.

 

고향 집이 그리 멀지 않은 선산에 합장한 부모님 묘소가 있다.

서울에서 3시간 소요되는 먼 거리에 있어 어머니 기일 전후로 다녀온다.

낯익은 고향길을 지나칠 때는 늘 정감 어린 모습으로 다가온다.

 

2009년 10월 18일 아침에 어머니는 힘없이 모든 것을 뒤로하셨다.

병원에서 밤새 의식 없이 숨을 몰아쉬는 어머니 곁을 형제들은 모여 바라보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가슴에서는 움직임이 사라지고 목에서만 작은 울림이 있을 뿐,

바람 앞에 촛불처럼 희미하게 흔들리시다가 어떤 몸부림도 남기지 않으시고

눈물 한줄기 흘러내리시며 허망하게 가셨다.

10여 년이 지나도 또렷하게 맴도는 어머니의 마지막을 잊을 수 없다.

 

살아생전에 좋아하시는 흰 국화에 마음을 담아 놓아 드리고 왔다.

 

고향 들녘에 가을걷이는 예전과 다를 것이 없다.

살아남은 자들이 만든 흔적만 찾을 수 있어 고향의 바람은 서늘하다.

부디 영면하시길 부모님 산소 앞에 고개 숙인다.

지금은 작은 군에서 시로 승격이 되어 다듬어진 길 외에는 한적한 농촌의 모습은 여전하다.

 

메마른 가슴에 한 송이 코스모스가 한들거린다.

내년에도 꽃은 피겠지.

 

 

2018.10.23. 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