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의 소리
기우는 낙엽, 낮은 자리에 스며들다
지초의 향기
2018. 11. 15. 22:55
도심에 핀 영산홍, 때 이른 봄이 피었네(일반 렌즈로 찍었다)
도심의 가로수에 매달린 가을
가을의 끝자락이 내년을 기약하자 한다.
젖은 낙엽을 읽다
공원에 펼쳐진 두툼한 책 한 권
빗방울이 젖은 낙엽들을 헤아린다
바람에 책장이 힘겹게 들썩일 때마다
오색의 글자들 자음 모음이 흩어진다
갈수록 시야는 뿌옇게 흐려지고
뒷장의 쪽수가 긴장한다
화려했던 허공의 손짓은
낮은 자리에 지난 기록을 남기고
빛바랜 향기에 스며든다
스러져 갈수록 사각대는 소리
멀고 먼 기억 속으로
아련하게 들려온다
책장에 기우는 흔적들
작은 바람을 토해내며 소곤댄다
내리는 비는 그치고
맨 뒷장 낙엽들이 물을 들이켜
흠뻑 젖은 글자들 입을 닫는다
2018. 11.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