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의 소리

이탈리아 사진여행기

지초의 향기 2019. 7. 5. 02:17




이탈리아 사진여행

 

 

芝草 최영희


 

 911일 자유여행을 다녀왔다. 밀라노 말펜사 공항에 도착하면서 여행은 시작되었다. 밀라노와 토스카네 시에나를 거쳐 베네치아 돌로미티 알프스 중심지역에서 순서대로 보내고 다시 밀라노로 돌아오는 사진 여행을 하였다.


  활동하는 사진 동아리에서 회원 3명과 한팀이 된 4명은 공항에서 빌린 중형승용차를 타고 장거리를 다녔다. 외국어 소통이 가능한 회원의 안내에 따라 6개월 전부터 준비한 일정에 맞춰 예약한 숙소에서 숙박하며, 계획했던 여행지에서 원하는 풍경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국내에서 일행과 사진 출사를 자주 다닌 연유로 잘 지낼 수 있었다.






밀라노 두오모 성당 아침, 휴대폰 파노라마





두오모 성당 사자상을 바라보며





두오모 성당 일출





비 내리는 베네치아



  낯선 나라에서 자유여행을 다니기에 떠나기 전부터 걱정하였다. 여행사 일정에 따라다녔던 예전의 출사와는 달리 개인이 항공권 예매 여행자 보험까지 직접 알아서 하는 등 처음부터 마무리까지 소소한 것들을 꼼꼼히 준비했다. 외국 출사에서 자동차 내부의 한정된 크기로 기내용 가방을 준비하여 개인준비물을 넣었다. 각자 가져간 카메라 외 삼각대 등 부속품이 많아 신중히 챙기지 않으면 분실될 소지가 있어 짐을 알아서 늘 살펴야 했다. 반면 자동차를 타고 가다 좋은 풍경을 보면 언제든지 차를 세워 사진을 찍을 수 있어 좋았다. 수시로 휴게소에 들러 간식을 보충하고 운전하시는 분의 몸 상태에 따라 시간을 조율해가며 느긋하게 다닐 수 있었다.






토스카네 시에나





p.bacooleno 에서 일몰을 바라본다. 해가 보일 듯하면서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어두워지는데도 가로등이 없고 집을 알리는 불만 켜진다. 간간이 숙소를 오가는 승용차만 보일 뿐이다.




 

토스카네 시에나 일출 

 

 

  첫날은 밀라노에 늦게 도착하여 하룻밤을 호텔에서 묵었다. 다음 날 근처 두오모 성당 일출을 보기 위해 새벽 4시에 기상하여 간단히 준비해간 누룽지로 요긴을 하고 숙소를 나섰다. 이른 아침이라 좁은 골목에 차를 주차해 놓을 수 있었다. 주차 단속 시간 안에 사진을 찍고 돌아와야 했다. 사람이 없는 성당 광장을 몇 시간 오가며 새벽 야경과 해 뜨는 장면을 본 후 성당에서 나올 수 있었다. 조금만 늦었다면 미리 순찰 나온 주차 단속 경찰에게 경고받을 상황이었다.  일행은 당황한 탓에 삼각대를 길에 두고  것을  거리에 와서야 알고 찾기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아쉬움은 남았지만 이른 시간에 도심을 관리하는 모습은 인상 깊었다.

  두 번째 여행지인 토스카네 시에나로 향했다, 광활한 협곡으로 이루어진 곳에 초원과 향나무 일종인 사이프러스 나무와 어우러진 목가적인 농가를 보기 위해 6시간 고속도로를 달렸다. 이틀 머무는 내내 날은 흐리고 뿌옇다. 서로 다른 곳에서 두 번의 일출과 일몰을 보면서 주변 풍경도 바라보았다. 더불어 영화 글래디에이터에 등장하는 주인공이 머물렀던 곳으로 유명한 막시무스의 집과 사이프러스 길을 걸었다. 유채꽃과 밀 보리가 보이는 목초지가 끝없이 펼쳐졌다. 싱그러운 초봄의 풍경을 보고 또 보았다. 너른 곳에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밤에는 사람이 살고 있음을 알리는 불빛만 반짝이고 가로등은 보이지 않았다. 높은 곳에 휴양지를 밝히는 불이 켜져 있어 사람이 묵고 있음을 짐작할 뿐이었다. 평화롭고 고요하였다. 가는 곳마다 일률적으로 다듬은 듯한 정원 같아 조화롭고 예뻤다.  풀밭을 누비며 걸어 다녔다. 날씨가 서늘해서인지 풀숲에는 벌레가 없고 깨끗하면서 풀향기까지 가득하였다.







코르티나 담페초 가이와페스 산정, 휴대폰 파노라마





돌로미티 가는 길에서 본 풍경





코르티나 담페초





코르티나 담페초 일출





코르티나 담페초 아침





가이와페스 산정에서





코르티나 담페초 스키장 풍경





코르티나 담페초




코르티나 담페초




프라그세르 와일드 호수에서



  다음은 차로 4시간 이동하여 베네치아에 도착한 후, 하루 머물 호텔에 짐을 풀었다. 오는 내내 비는 내려 다음 날까지 장맛비처럼 계속 내렸다. 예전에 개인적으로 산 마르코 광장과 그 주변을 돌아본 적이 있어 아는 길을 따라 광각 렌즈보다 표준 렌즈로 야경과 아침 풍경을 찍었다. 유일하게 여행 중에 도심 걷기는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다음 일정을 위해 쇼핑할 여유도 없이 사진만 찍고 간단하게 피자와 파스타로 저녁을 식당에서 먹었다. 그 외 한 호텔에서 파스타를 주문해 먹은 게 여행 중 외식이었다. 한적한 곳으로 다니며 풍경에 집중한 것도 이유였으나 한국에서 넉넉히 준비해간 햇반과 라면 외 간식이 있어 배고픔을 모르고 다녔다.






산타막달레나 푸체타와 리가이스산봉우리에 눈이 하얗게 쌓였다





해 질 녘 길게 드리워진 산골의 그림자





산타막달레나 어느 마을 풍경





산타막달레나 산골 풍경





산지오바니인라누이 성당





세계에서 가장 작은 성당, 산막달레나 성당




  여행의 목적지이자 마지막 머물 곳인 돌로미티 코르티나 담페초와 푼 지방의 산 막달레나로 이동하였다. 연이어 삼일 숙박을 하며 한 주택에서 보냈다. 고산지대로 둘러싸인 작은 마을과 너른 목장이 펼쳐져 고즈넉하고 아름다웠다. 추운 날씨로 오리털 잠바를 입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높은 지대를 오르내리며 다니느라 귀가 먹먹하여 들리지 않았다. 가는 곳마다 설산과 연초록 풍경을 볼 수 있었으며 겨울과  봄이 공존하는 곳이었다. 우기인지 하루에도 수시로 날이 흐려지면서 비 내리고 맑게 개었다가 다시 흐리는 일이 반복되었다. 비가 와도 숙소에 머물지 않고 비 오면 비 오는 대로 경치를 지나치지 않고 사진을 찍었다. 산정에 머물 때는 목도리 장갑을 두르고 끼는 등 추위를 견뎌냈다. 이동 중에 미리 준비해간 따끈한 보온병에 커피를 마실 때는 허기와 찬기까지 잊을 수 있었다. 더 무엇을 바랄까 싶었다. 있는 그대로 여행지의 상황을 고스란히 받아들이기로 했다. 알프스의 중심지답게 경치가 수려하고 언제든 눈 쌓인 모습을 볼 수 있고 산정에는 산을 이룰 만큼 눈이 쌓여있었다. 잠시 비가 그쳐 드러난 거대하게 펼쳐지는 협곡으로 이루어진 산 능선들과 변화무쌍하게 이동하며 보여주는 신비로운 구름의 모습과 어우러진 신비로운 풍경. 더불어 이른 새벽 피어오르는 안개의 장면은 어찌 말로 표현할까. 이른 새벽 상고대까지. 봄날에 고산지대에서만 볼 수 있었던 귀한 풍경이었다.

 


 




숙소인 호텔 근처에 있는 수도원, 이른 아침 상고대가 피었다.





일몰 풍경





산 속에 핀 물망초





에리카

 

철쭉, 진달래 같은 진달래에 속하는 식물로 지중해가 고향인 상록 상의 작은 관목류다.

품종에 따라 연중 꽃을 즐길 수 있다고 한다.

 

산속에 무리 지어 피어있다.

 


 


코르티나 담페초 숙소에서 새벽에 본 풍경



  10여 일 여행지에서 보내며 몇 가지 피부로 와 닿는 일을 경험하였다. 첫날 공항이 익숙하지 않아서일까. 차를 빌리는 곳을 찾아가는데 무거운 짐을 메고 끌고 다니며 몇 시간 고생하였다. 마지막 날에는 몇 분이면 갈 수 있는 짧은 거리라는 것을 알고 왠지 모르는 쓴웃음이 나왔다. 특히 이탈리아에서는 영어로 소통하기가 쉽지 않아 더 헤맨 듯하다. 가는 곳마다 영어로 의사 전달하기에 상당한 시간을 보냈다. 언어와 그들만이 습관화된 행동에서 오는 낯섦. 집의 구조 소품 하나하나까지 생소하여 조심스러웠다. 특히 규모가 작은 시장, 우리나라 구멍가게 같은 곳의 상호 글씨가 작고 색이 미색이라 쉬 눈에 띄지 않았다. 주변을 몇 번 돌고 돌아 찾을 수 있었다. 주차공간이 없을뿐더러 개인 공간에 대한 철저한 경계로 옆에 가게를 두고도 그냥 지나치는 일이 많았다. 흔하다는 빵 가게도 보이지 않아 미리 준비해간 간식으로 배고픔  달래는 등 여행 내내 먹는 즐거움은 우리와는 별개의 일이었다. 외진 지역이라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하루는 어렵게 찾은 가게에서 맨손으로 채소를 만지작거리며 고르는데, 점원이 조용히 다가와 일회용 장갑과 재활용 비닐봉지를 주면서 장갑을 끼고 만지라는 무언의 경고를 하였다. 어찌나 부끄럽던지. 짧은 순간에 일어난 일이지만 신선한 자극을 받았다. 며칠 이국의 사람들과 스치는 만남에서도 말소리는 조용조용 옷차림도 검소하면서 세련된 모습, 행동은 신중하였다. 시골 어디를 가나 쓰레기가 보이지 않는 등 머무는 곳마다 깨끗하였다.






비행기 안에서 본 알프스


 이국의 도심보다 한적한 시골과 산골에서 10여 일을 보냈다. 사람보다 경치를 보며 보내는 내내 주어진 환경과 기후에 따라 수시로 변하는 모습에 민감하였다. 평소에 접하지 못했던 뜻밖의 변화무쌍한 운해 이동과 천둥 번개, 무지개까지 여러 상황을 볼 수 있었다. 출사지에서 오는 행운이었다. 여행지가 비수기여서 그런지 다른 여행객을 거의 볼 수 없었으며 짐을 잃어버릴까 조바심 없이 국내에서 여행처럼 다녔다. 새로이 눈에 들어오는 풍경을 사진으로 담으려고 노력하였다. 여행지에서 사진에 가득 채워온 추억을 컴퓨터 보조 기억장소에 옮겼다. 보았던 순간을 언제든지 펼쳐볼 수 있겠지. 무사히 일정을 마칠 수 있게 도와준 모두에 감사한다.

 

 

2019419~429911일 사진 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