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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소년합창단
말린 감
첫서리 맞아 맛이 든 대봉감
체구가 단단하면서 피부가 매끄럽다
주홍빛을 띤 과육은 먹은 직하지만 아직 떫은맛이 가득하다
숙성 과정을 거쳐야 달달하게 변한다
껍질을 깎아 풍만하게 드러난 속살
줄줄이 줄에 매달린다
바람 통하는 곳에서 말랑말랑
반 건시 될 때까지
허공은 단맛을 농축시킨다
매달린 것도 부족하여
물기를 빼내야 하는 이중고
틀에 묶여 탈피하지 못하는 일상에
거뭇해지는 얼굴
하얗게 피어나는 분가루
스치는 바람까지
품 안에 받아들인다
갈수록 농익어 물컹거리는 마음
불그스레 입가에 피어나
달콤하게 말린 감
이제 곶감으로 개명을 했다- 밭에서 따온 대봉감 3백여 개를 손수 껍질을 깎아
앞뒤 베란다 빨랫줄에 매달았다. 20여 일이 지나면 반건시가 되겠지.-
대봉감을 보며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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