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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밤 열한 시, 슬피 운다
    내면의 소리 2017. 1. 4. 12:15





    태기산 산정 눈꽃



    밤 열한 시

    모든 걸 멈추고 밤을 새워볼까 하는 시간


    내 사유의 공간은

    언제나 제자리에서 쓸쓸히 맴돌다

    늘 그 자리에서 슬피 운다.



    태기산 산정 눈꽃1



    밤 열한 시


    황경신


    밤 열한 시

    오늘 해야할 일을 할 만큼 했으니

    마음을 좀 놓아볼까 하는 시간

    오늘 해야할 일을 하나도 못 했으니

    밤을 새워볼까 하는 시간


    밤 열한 시

    내 삶의 얼룩들을 지우개로 지우면

    그대로 밤이 될 것도 같은 시간

    술을 마시면 취할 것도 같은 시간

    너를 부르면 올 것도 같은 시간

    그러나 그런대로 참을 수도 있을 것 같은 시간


    밤 열한 시

    하루가 다 지나가고

    또 다른 하루는 멀리 있는 시간

    그리하여

    가던 길을 멈추고

    생각을 멈추고

    사랑도 멈추고

    모든 걸 멈출 수 있는 시간


    참 좋은 시간이야

    밤 열한 시


    -황경신 한뻠노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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